(김용익 선교사님 설교 중에 나온 중국 초기 선교시기 실화를 좀 더 읽기 편하게 다듬었습니다.)
오래 전 어느 마을에, 부모를 모두 잃고 둘만 남은 형제가 있었습니다. 열 살 밖에 되지 않은 형은 하루하루 힘들게 품을 팔아서 동생을 돌봤습니다. 그러나 동생이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많이 우는 날에는 어찌할지 모르는 마음으로 부둥켜안고 달래주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던 어느 날, 형은 어느 교회로 인도를 받았고 거기서 형은 엄마 아빠 합친 것보다 더 좋은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고부터 그의 삶의 무게가 풀어지고 너무 기뻤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날마다 깊어져 갔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정반대의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반항이 일어나면서 형에 대한 반항과 교회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은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다면 왜 우리 엄마 아빠를 데리고 갔느냐고 원망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다면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하며 형에게도 교회 나가지 말라고 소리치곤 했습니다.
동생은 질이 좋지 못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형은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았지만 동생의 탈선을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20대가 넘어서자 이제 형을 손을 완전 벗어났습니다. 동생의 타락은 날로 더 심해졌습니다. 날마다 술과 폭력으로 방탕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굉장히 불안한 느낌이 들던 밤이었습니다. 형은 돌아오지 않은 동생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기도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쾅하고 열렸습니다. 기도를 하고 있던 형은 깜짝 놀라서 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동생이 하얗게 질린 채로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온 몸이 피투성이였습니다. 동생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와들와들 떨면서 말했습니다.
‘형, 내가 사람을 죽였어! 형, 내가 사람을 죽였어!’
갑자기 벌어진 청청 벽력같은 일 앞에 형은 어찌 할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와들와들 떨고 있는 동생의 피 묻은 옷을 벗겼습니다. 동생의 몸에 묻은 피를 대강 닦고 동생을 벽장같이 생긴 조그마한 방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형은 어지럽게 널려진 피투성이의 옷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피 묻은 동생의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에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과 함께 문짝을 걷어차며 구둣발을 싣고 여러 사람이 들이 닥쳤습니다.
“너 이 자식이지, 네 놈이 사람을 죽였구나!”
사람들은 형을 거칠게 낚아채고, 묶고, 발길질을 했습니다. 형은 짓밟히면서도 끝내 한마디 변명도 없이 끌려 나갔습니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끌려간 형은 자신을 끌고 간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 말은 곧 바로 인정되었고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감옥에 들어간 후 감옥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그는 잔혹한 살인사건의 주범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틈만 나면 기도하고 찬송했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고 이제 사형 집행 날이 다가오는 어느 날, 그는 간수를 불러서 딱 한번만 소장님을 면담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평소 그를 좋게 보던 간수는 당장 그 면담을 허락해주었습니다.
소장실에 들어간 그는 제발 편지 한 장만 쓰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래서 소장이 펜과 편지지를 내어주었고, 그는 소장이 보는 앞에서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봉투에 넣어 봉인하더니, 소장에게 부탁했습니다.
“소장님, 마지막으로 제 소원 한 가지만 더 들어 주시겠어요?.”
소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형은 봉인한 편지봉투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제가 죽고나면 이 편지를 여기 적힌 주소로 꼭 좀 전해주세요.”
형은 엄마 아빠를 먼저 보내고 나서 단 한순간도 동생을 끔찍이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무슨 짓을 해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동생이었습니다. 이제 사형을 받아 죽으면 사랑하는 주님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도 있지만, 아직도 두려움과 죄책감에 빠져서 숨어서 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동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그 가슴을 저며 왔습니다.
형은 생의 마지막 밤을 뜬눈으로 보내며 동생의 영혼을 위해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사형은 다음날 아침 일찍 집행되었습니다. 사형이 집행되던 그날, 소장은 집행 장면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 심란했습니다. 도대체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는 것 같아서 자기 사무실을 계속 왔다 갔다 했습니다. 도대체 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 사형수의 눈빛이 계속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가 어제했던 부탁이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급히 봉투를 서랍에서 꺼내어 부하 직원에게 그 편지를 갖다 주라고 했습니다.
직원은 그 편지를 가지고 곧바로 그 봉투의 쓰인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그 집을 찾아 한참동안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아무도 문을 열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포기하고 돌아서려고 할 때, 낡은 쇳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습니다. 그곳에는 귀신처럼 얼굴이 창백하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엉망인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동생은 형이 붙들려간 후 심한 두려움과 죄책감에 거의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교도소 직원은 그 흉한 몰골에 질겁하며 편지를 던지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동생은 그 편지봉투를 보는 순간, 형의 편지라는 것을 직감하고 급히 봉투를 열었습니다. 편지지를 펼치자 익숙한 형의 필체가 나타났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랑하는 동생아, 나는 너의 죄의 옷을 입고 너 대신 죽는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감이 오지 않아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다가오는 순간, 마치 동생은 짐승처럼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안 돼! 우리 형은 죽으면 안 돼!”
동생은 편지를 움켜진 채로 형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고 미친 듯이 도시를 헤맸습니다. 그렇게 여러 시간이 흐른 후 결국 교도소 앞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교도소 철장문을 잡고 흔들며, 울며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형 내 놔! 살인자는 바로 나야!”
시끄러운 소리를 못 참은 간수 중 한 명이 밖에 나와서 그를 쫒아내려고 했지만, 마침 그곳을 지나던 소장이 밖으로 나와 그 청년을 진정시켰습니다. 청년은 소장을 붙잡고 흐느끼며 말했습니다.
“우리 형이 아니라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제발 우리 형 죽이지 마세요.”
소장이 청년에게 형의 이름을 묻자, 청년은 오늘 죽은 사형수의 이름을 말했습니다. 소장은 그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죄수가 이상하다고 늘 생각했던 소장은, 이 충격적인 일 앞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 사형수의 동생을 쫓아내며 말했습니다.
“너 이 자식아, 이 더러운 놈아. 네 놈은 이 사건과 상관이 없어! 이 사건의 집행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이 사건은 끝났어! 너는 이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놈이야! 꺼져! 사라져!’
동생은 해가 저물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텅 빈 집에 돌아온 그는 다시는 이 땅에서 만날 수 없는 형과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이제 형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선뜻 놀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는데, 자신이 아직 형의 편지지를 손에 쥔 채로 다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형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마지막 편지였습니다.
지친 몸으로 그 편지를 다시 펴서 보았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워 한 줄 밖에 읽지 못했던 그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
나는 너의 죄의 옷을 입고 너 대신 죽는다.
...
너는 나의 옷을 입고 나처럼 살아다오.’
편지의 나머지 부분도 읽은 동생은 오열하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어릴 때 형 따라 다니던 교회에서 듣던 복음, 예수님 얘기, 천국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쓰고 죽었지만, 형이 간 곳은 분명 천국이었습니다. 이제 형을 만나려면 자신도 천국에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천국에 갈 수 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형이 믿었던 하나님을 소리쳐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형이 그렇게 사랑했던 하나님, 나 형 좀 만날 수 있느냐고, 나는 형 없이 살 수 없으니 형 좀 만나게 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나 같은 죄인도 천국 갈 수 있느냐고 하나님께 물었습니다.
그 질문은 하나님이 더 간절하게 기다리던 질문이었습니다. 나 같은 놈이 천국 갈 수 있느냐는 물음은 하나님이 먼저 그에게 주시고 지금까지 기다리셨던 물음이었습니다.
회개하고 몸부림치며, 그날 그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형이 죽을 때 이미 자신이 죽은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속했던 모든 옷가지와 물건들을 다 모아다가 자신의 죽음과 함께 앞마당에 태워버렸습니다.
그리고 형이 마지막 부탁했던 말을 기억했습니다.
‘너는 나의 옷을 입고 나처럼 살아라’
이제 그에겐 오직 형으로서 남은 삶을 사는 것 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 때부터 형의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형이 교회에 갈 때 입었던 옷을 입고, 태어나 처음 스스로 교회에 갔습니다. 남루하지만 교회 갈 때만 입으려고 깨끗하게 구별해 놓았던 형의 옷에서 형의 체취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형이 앉아 드렸던 그 예배처럼 그렇게 정성을 다해 예배를 드렸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형이 입던 작업복을 입고 형처럼 진실하게 일했습니다. 형의 옷을 입고 형처럼 살게 된 동생은, 이제 그는 이전에 방탕했던 그는 죽고, 이제 형이 살았을 뿐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아픔이 사라져갈 무렵, 옛날에 어울렸던 친구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부추기며 유혹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옷을 잡아끌 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이 옷 주인은 그런데 가지 않았어! 이 옷 주인은 그렇게 살지 않았어! 이 옷 주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갈3:27
누구든지 그리스도와 합하기 위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사랑하는 여러분, 저와 여러분에게 영원한 자유를 주신 분이 누구입니까?
‘나는 너의 죄의 옷을 입고 너 대신 죽노라. 너는 나의 옷을 입고 나처럼 살아다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누구입니까?
누가 우리의 부끄러운 죄와 저주를 대신해서 죽어 줄 수 있습니까?
아무도 설명할 수 없는 이 놀라운 사랑이 오늘도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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